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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가정에서 배우는 맛

"맛을 배우는 가장 근본적인 교육의 장은 가정이다. 가정에서 경험하는 음식은 아이에게는 식생활 교육의 교과서가 된다. 특별할 것 없이 매일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에서 자연스레 식생활 교육의 기능은 발현된다."

 

집에서 요리한 음식을 가족들과 먹으며 어떤 음식이 제철음식이고 건강한 음식인지를 알아가고, 그 맛을 기억하고 맛의 기억들이 쌓여 식습관을 결정하는 기능 말이다. 그러나 요즘 부모의 바쁜 직장과 자녀 입시 위주의 생활로 인해 가족이 함께 모여 밥을 먹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가족 밥상이 점차 사라지면서 가정에서의 식생활 교육의 기능 또한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가족 밥상

 

가족 밥상의 회복

 

가정에서의 식생활 교육의 기능을 되찾기 위해서는 가족 밥상의 회복이 가장 우선이다. 매일매일 모든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자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몇 번은 가족 구성원 간의 약속 아래 온 가족이 모여 집에서 만든 음식을 밥상에 둘러앉아 먹는 것만으로도 가정은 충분히 식생활 교육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맛은 경험과 기억이고, 이 경험과 기억은 식생활을 결정한다. 가정의 밥상이 중요한 이유다.

 

 

부모가 바꿔야 아이도 변한다

 

자극적이고 편리한 음식을 찾는 현대인의 식생활 속에서도 우리 아이에게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다. 아이 것만 싱겁게, 무(無) 첨가를 외치며 우리 아이의 건강한 식습관에 지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부모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부모는 “우리는 이제 상관없지 뭐”하며 먹는 음식을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금 당장은 아이가 자극적이지 않고 첨가물이 없는 음식을 먹는다 할지라도 부모가 먹는 음식을 보고 자란다면 지금의 건강한 식습관은 지속적이지 못할게 분명하다. 부모는 아이의 행동 모델이다. 행동뿐 아니라 식습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부모의 식습관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식생활 교육

 

특별한 시간을 마련하고 거창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장 보는 것부터 음식을 준비하고 요리하고 먹는 모든 과정을 식생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면 된다. 부모들이 아이를 동반해 나들이 삼아 장을 보러 가는 일이 일상적이다. 이때 장 보는 장소인 시장과 마트 등을 교육의 기회로 삼아라. 채소들을 둘러보며 계절에 나는 제철 채소를 알려주고, 만져보게도 하고, “어떤 채소를 사서 요리해서 먹을까?”라고 물어 아이에게 채소 선택권을 주기도 해보자. 본인이 선택한 채소는 더 흥미를 가지고 먹으려 할 것이다.

 

가공식품을 고를 때 식품 표시를 확인하며 영양소를 따져보기도 하고, 식품첨가물이 적게 들어간 제품을 골라보기도 할 수 있다.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부모, 특히 엄마의 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이 시간이야말로 맛을 배우는 최고의 기회다.

 

아이의 연령에 맞게 할 수 있는 역할을 주고 함께 해보자.

채소 껍질을 까거나 씻는 것을 시켜보자. 칼과 같은 조리도구의 사용이 위험하다 생각되면 가장 중요한 조리도구인 손을 활용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된다. 상추를 찢거나 꼭지를 따는 것 말이다. 생으로 맛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요리 전에 맛을 보여줄 수도 있다.

 

 

식생활교육

 

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채소 등의 음식 재료를 만져보고 원재료의 맛을 경험하며 친숙해 질 수 있다.

완성된 음식을 먹는 식사 시간도 예외는 아니다.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향은 어떤지, 씹을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부모의 느낌도 들려주고, 아이에게도 물어봐 준다. 그리고 이 음식이 어떻게 자라서 우리 식탁에 올라왔는지 생각해 보고 이야기해보면 좋다. 이런 경험의 반복은 맛을 배우고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하는데 충분히 영향을 미친다.

 

작은 상자텃밭이나 화분에서 상추나 토마토같이 키우기 쉬운 작물을 함께 키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쿠키 만들기, 피자 만들기, 텃밭 교육을 받으러 돈을 내고 외부 교육을 받으러 갈 필요가 없다. 가정의 주방이, 가정의 밥상이 최고의 식생활 교육의 장이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장을 보러 가서 제철 채소 골라와, 제철 채소와 해산물을 넣어 해물채소빈대떡을 만들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는 건 어떨까?

 

 

 

*본 칼럼은 홈페이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