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수는 밍밍하고 무슨 맛인지 모르는데 국수가 너무 맛있다. 한국 마트에서 파는 봉지에 든 평양냉면이 맛있어서 매일 사 먹는다.” 이 말을 한 사람은 흔히 말하는 '냉면 맛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최근 한국으로 귀순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치참사 리일규의 말이다. 그는 이런저런 심각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냉면 이야기에서 자세한 묘사를 선보였다. 그가 말한 '봉지에 든 평양냉면'의 정확한 브랜드는 알 수 없으나 풀무원의 냉면일 가능성도 있다. 풀무원은 최근 마트의 냉장 냉면 카테고리에서 1위(닐슨 데이터 냉면 카테고리 내 주요사 판매액 점유율(PCV, 전국 식품 소매점 기준). 5월 시장 점유율 기준 1위)를 했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 1위를 ‘가장 맛있는 냉면’이라 말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고 맛에 정답은 없으며 여러 브랜드들이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엄정한 정성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1위가 상징하는 바 역시 명확하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풀무원은 '봉지 평양냉면'계의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업그레이드를 지속하며 소비자들의 여름에 추억으로 남을 만큼 맛있는 냉면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업그레이드의 기본은 면이다. 냉면의 식감은 제면기에서 뽑아내는 속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빠른 속도로 뽑을 경우 면이 더 쫄깃해지는 효과가 있다. 풀무원은 업계에서 가장 빠른 속력과 높은 압력으로 면을 뽑아낸다. 세상의 모든 디테일 중 그냥 만들어지는 건 없다. 한국인의 식감과 기호를 고려해 적당히 함유한 메밀 양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메밀 100%라고 무조건 맛있는 게 아니다. 풀무원 냉면 특유의 쫄깃하면서도 씹어서 끊기 쉬울 만큼의 절묘한 질감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이런 노력과 디테일이 있다.
평양냉면 전문점을 좋아해서 평양냉면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풀무원 '평양냉면'이라는 말에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풀무원 평양냉면의 완성도와 별개로 이른바 평양냉면 전문점, 즉 시중의 유명 평양냉면집 냉면 맛과 풀무원 평양냉면 맛에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 다른 느낌의 상당 부분은 국물에서 올 듯하다.
시중의 평양냉면 국물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소고기 살을 끓여 우려낸 콩소메 수프의 맑은 버전에 가깝다. 풀무원 평양냉면의 국물 맛은 그 소고기국물 위에 동치미국물의 맛이 얹힌다고 보면 된다. 결과적으로 조금 더 새콤하고 짭짤한 맛이 만들어진다. 일반적 평양냉면 전문점의 국물을 '냉 콩소메 수프'라 치면 풀무원 평양냉면의 국물은 '고기 맛이 밴 동치미국수'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을지로의 남포면옥 스타일과도 유사하다. 남포면옥은 사시사철 동치미 국물을 고집하고 있다.
풀무원의 평양냉면이 지금의 맛으로 결정된 데에도 이유가 있다. 풀무원은 냉장 생면의 시장점유율 1위다.(닐슨 데이터 냉장면 카테고리 내 주요사 판매액 점유율(PCV, 전국 식품 소매점 기준) 2018~2023년 연간 시장 점유율 기준 1위) 풀무원은 1위가 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고객 조사를 통해 맛의 밸런스와 결과값을 조금씩 맞춰 나갔다. 평양냉면 전문점 스타일의 슴슴한 맛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다수의 고객들은 육향의 은근함보다는 동치미국수가 섞여 산뜻한 맛을 좋아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금 풀무원 평양냉면의 맛은 그렇게 한국인의 입맛에 충실히 맞춘 결과다.
냉면 면발은 얇고 부드럽다. 끓이는 입장에서 금방 익는다는 뜻이다. 그 덕에 풀무원 평양냉면은 끓여 먹기도 쉽다. 끓는 물에 면을 넣고 40초 동안 잘 젓는다. 끝. 오히려 헹굴 때 부지런해야 한다. 평양냉면이 겨울에 더 맛있다고 여겨지던 이유는 면을 식히는 물이 겨울에 더 차갑기 때문이다. 더 차가운 물에 헹굴수록 면의 탄력이 더 좋아진다. 전기가 없던 옛날 시절 이야기다. 지금은 집집마다 얼음이 가득하니 과거의 누구도 누리지 못했던 '쫄깃한 여름 냉면'의 호사를 집에서 즐길 수 있다. 육수 역시 냉장고에 미리 넣어 두면 더 좋다. 차가워진 육수에 잘 헹군 면을 담그기만 하면 맛있는 풀무원 평양냉면이 완성된다.
맛은 어떨까? 말하자면 '언젠가 먹어본 듯한 맛의 고급스러운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분명 고기 향이 바닥에 깔려 있는데 그 위로 달콤 새콤 짭짤한 동치미국수의 염도와 향이 얹힌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시원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메밀면 역시 순 메밀면과 질긴 냉면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았음을, 먹을수록 느낄 수 있다. 간이 맞춰진 정도도 한 그릇의 양도 적절하니 한 그릇을 비우기가 어렵지 않다.
그 결과 풀무원 평양냉면은 단순히 특정 냉면을 따라하지 않은 별도의 장르라 부르기 충분한 맛이 된다. 이 맛에도 특유의 매력이 있다. 맛의 종류로만 놓고 보면 고기집에서 시키는 냉면이 떠오르는 맛이다. 다만 전반적인 완성도가 그 면보다는 훨씬 높다. 냉면 경험이 꽤 있는 사람이라도 '집에서 이 정도 맛을 이렇게 쉽게 즐길 수 있구나'라는 감탄이 들 만하다.
보통 냉면에 포함된 양념은 겨자 정도다. 풀무원 평양냉면도 별첨 겨자 소스가 있다. 냉면도 맛있고 간소하게 먹는 것도 좋지만 기분 따라 냉면보다 조금 더 든든하게 먹고 싶을 수도, 혹은 냉면보다 조금 더 화사하고 복잡한 맛이 생각날 수도 있다. 풀무원은 그런 날을 위한 추가 메뉴로 초계국수를 제안한다. 역시 풀무원에서 판매하는 수비드 닭가슴살을 이용한 요리다.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1. 수비드 닭가슴살을 전자레인지 또는 끓는 물에 조리한다.
2. 닭가슴살 반절을 손으로 찢는다.
3. 겨자(한숟갈), 간장(반숟갈), 설탕(반숟갈), 곱게 간 참깨(반 숟갈), 식초(두숟갈), 다진마늘(한숟갈)을 섞어 겨자장을 만든다.
(오이, 당근, 양파, 파프리카 등이 있다면 조금 추가)
4. 양념장 절반을 닭고기에 넣어 무치고 나머지는 국물에 넣어 섞는다.
5. 풀무원 평양냉면을 조리하고 준비한 닭가슴살 무침을 올린다. 기호에 따라 소금 및 식초로 간을 맞춘다.
이 방법에 따라 초계국수를 만들면 영양과 포만감 면에서 한층 풍성하게 냉면을 즐길 수 있다.
세상에 쉽게 이루어지는 건 없다. 부드럽고 편안한 걸 만들기 위해서도 엄격하고 체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평양냉면의 맛이 한 예다. 평양냉면의 맛은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슴슴하지만 그 슴슴한 맛을 위해서는 냉면 제조의 모든 단계에서 섬세한 미세조절과 확고한 원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풀무원이 하는 일이 그런 일이다. 그 결과가 시장점유율 1위라는 수치와 여름 하면 생각나는 맛이다. 뛰어난 기술, 섬세한 기획, 다양한 변주. 풀무원 평양냉면의 한줄요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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