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팅 공법으로 ‘자연 재료의 향미를 극대화’한 정면, 백면, 홍면 출시
L-글루타민산나트륨, 착향료 등 인위적인 첨가물 대신 자연 재료의 풍부한 국물 선보여
맛의 디테일을 조절해 국물과 면의 조화 이뤄
장수 브랜드로 자리 잡아 라면시장의 판도 바꾸는 것이 목표
▲ 풀무원기술원 이의찬 책임연구원(왼쪽)과 박준석 책임연구원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유별나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 통계에 의하면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은 1인당 연간 74.6개의 라면을 섭취했으며, 소비량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라면을 향한 국민적 애정은 각종 미디어, SNS상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TV 프로그램에서는 라면을 더 맛있게 만들어 먹는 특별 조리법이 소개되고, 라면 먹방 영상은 늘 높은 조회 수를 자랑하며, 두 가지 제품을 섞어 먹는 라면 애호가들의 색다른 시도도 다양하게 이뤄진다. 그야말로 라면 대국이다.
라면, 하면 흔히 기름에 튀긴 유탕면을 떠올린다. 어릴 때부터 늘 먹어온 라면에 익숙해진 대중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한국의 라면 시장은 유탕면이 늘 강세다. 이러한 시장 환경에서 풀무원은 튀기지 않은 건면 브랜드의 선두주자다. 꽃게탕면, 육개장 칼국수 등 비유탕면 제품을 출시하며 건면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풀무원에서 신제품 ‘자연은 맛있다, 정·백·홍면(이하 정백홍면)’을 출시했다.
첨가물 최소 첨가 원칙을 지켜온 풀무원은 이번 신제품에도 L-글루타민산나트륨과 착향료 대신 자연 재료로 감칠맛이 풍부한 라면을 만들기 위해 적극 도입한 것이 바로 ‘로스팅 공법’이다. 소고기, 버섯, 마늘, 양파, 조개 등 다양한 식재료를 로스팅해 원재료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없애 깊고 진한 라면 국물을 완성했다.
자연 재료로만 진한 감칠맛을 구현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성공시킨 핵심에 ‘로스팅’이 있다. 충북 청주에 위치한 풀무원 기술원에서 생면식감팀 박준석 책임연구원과 이의찬 책임연구원을 만나 ‘로스팅 공법’의 비밀이 무엇인지, 정백홍면의 탄생 비화를 들어봤다.
▲ 자연은 맛있다 정면, 백면, 홍면 3종
Q. 신제품 정백홍면이 출시됐습니다. 이전에 출시한 라면과 정백홍면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이전에 출시했던 제품들은 원재료의 맛이 강한 라면이었어요. 꽃게탕면이나 육개장 칼국수처럼 원재료 특유의 풍미가 강한 제품이죠. 정백홍면은 우리가 먹어온 ‘친근한 라면의 맛’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만들었습니다. 제품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려면 ‘익숙하면서도 계속 끌리는 맛이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시작했죠 L-글루타민산나트륨과 착향료 대신에 자연 재료의 맛과 향을 극대화해 또렷한 감칠맛을 재현해냈습니다. 여태까지의 풀무원 라면이 ‘건강하게 맛있다’였다면 이번 정백홍면은 ‘익숙하면서도 맛있고 건강하기까지 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Q. 3종으로 구성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제품별로 타깃 고객이 다릅니다. 12가지 채소 베이스로 깔끔한 감칠맛이 나는 정면은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맛이고, 소고기와 버섯 국물로 맛을 낸 홍면은 얼큰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맛이고, 조개와 사골국물의 조화가 탁월한 백면은 좀 더 특별한 별미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좋아할 맛이죠. 소비자의 기호는 다양하기 때문에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3가지 맛으로 구성했습니다.
Q. 라면 패키지에도 각 제품의 개성이 잘 담겨있습니다. 포장지나 라면 스프 봉지를 보면 ‘로스팅’을 강조하고 있어요. 이번 신제품에 활용된 로스팅(roasting) 공법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A. 로스팅이란 보통, 음식을 오븐에 넣어 수분을 더하지 않고 가열하는 조리방법을 뜻합니다. 커피를 예로 들어 생각하면 쉽죠. 커피 생두가 로스팅 과정을 통해 향이 풍부해지고 달콤 쌉싸르한 맛을 내는 것처럼요. 사실 로스팅은 커피 이외에도 실생활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원리입니다. 진한 멸치국수를 내기 위해 멸치를 볶거나, 미역국의 감칠맛을 높이기 위해 고기를 먼저 볶는 것들이 그렇죠. 재료의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로스팅 과정이라고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번 신제품은 정백홍면의 분말 스프와 정면, 홍면의 풍미소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로스팅 공법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 로스팅 공법으로 정,백,홍면에 자연의 맛을 담았다
Q. 라면 생산에 활용되는 공법은 다양할 텐데 왜 로스팅 공법인가요?
A. 왜 로스팅 공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지 설명하기 전에, 향의 중요성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맛에서 향의 영향력은 굉장히 큽니다. 향이 맛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코가 막혔을 때나, 코를 막고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다면 이해가 쉽습니다. 맛이 희미해지고, 정확히 어떤 맛인지 판단하기 어렵죠. 그래서 향이 약한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맛없다, 간이 덜 되었다’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향이 적절히 풍기는 음식을 먹을 때 ‘맛있다’라고 생각하죠. 우리 제품을 한 입 먹었을 때, 국물을 떠먹었을 때 ‘맛있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향을 조율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풀무원 바른먹거리 원칙 상 음식에 풍미를 더하는 L-글루타민산나트륨, 착향료를 쓸 수 없죠. ‘자연 식재료에서 최대한 맛있는 향을 구현해보자’는 생각으로 로스팅 공법을 활용한 것입니다. 물론 향 이외에도 적절한 가열 공정을 하게 되면 재료가 갖고 있던 본연의 깊은 맛이 더 많이 우러난다는 점도 있습니다.
▲ 자연 식재료에서 맛있는 향을 구현한 자연은 맛있다 정면
Q. 로스팅 과정을 통해 자연 식재료에서 맛있는 향을 구현한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뜻인가요?
A.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가질 만한 향을 제어하는 것이 관건이자 우리의 임무죠. 해물의 비린 향, 소고기의 누린내, 채소의 풋내는 강도를 줄여야 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원재료를 장시간 로스팅하면 메일라드 반응(maillard reaction)이 일어나 익숙한 풍미가 나게 됩니다. 삼겹살을 구우면 갈색으로 변하면서 맛있는 향이 나는데 이를 메일라드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고 하죠. 로스팅 공법을 통해 원재료가 가진 나쁜 향은 사라지도록 조절하고, ‘메일라드 반응’으로 향은 더욱 풍부해지며, 궁극적으로 원재료의 맛을 극대화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향을 제어하면 자연스럽게 재료가 가진 풍미가 살아나고, 국물 본연의 맛을 더 깊게 느낄 수 있게 됩니다.
▲ 사골과 해산물 육수에 채소를 섞은 로스팅 공정을 거친 백면
Q. 원재료의 좋은 향은 키우고, 그렇지 않은 향은 줄이는 것이 핵심이군요. 제품 3종에 적용한 로스팅 공정을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A. 분말 스프를 만드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선 정면의 경우 양파, 배추, 마늘 등 채소를 먼저 믹서기에 갈아줍니다. 대형 솥단지에 갈린 채소와 기름을 넣고 로스팅하면 수분이 날아가면서 고유의 향이 좋게 변합니다. 정면의 분말 스프에서 가장 큰 포인트는 두유인데요. 고깃국물 없이도 묵직한 맛을 내야해 고기와 유사한 맛 성분을 지닌 두유를 로스팅한 채소와 섞어 끓여줍니다. 채소 두유 국물을 농축한 후 분쇄하면 분말스프가 완성되죠.
홍면은 고기를 기름에 한 번 볶는 로스팅 과정을 거쳐 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제어합니다. 첫 번째 로스팅을 통해 나온 추출물에 채소를 넣어 끓이고 농축 과정에서 또 한 번 로스팅해주면 빵처럼 좋은 풍미가 나죠. 이때 분말화 과정을 거쳐 분말스프를 만듭니다.
백면은 사골과 해산물(조개류)가 주 골자입니다. 먼저 사골을 대형 솥단지에서 100도 이상의 온도로 6시간 끓여 재료를 추출합니다. 수분을 날리는 농축과정을 거치죠. 해산물은 가장 먼저 효소 분해 과정을 통해 비린내를 제어하고 감칠맛을 뽑아냅니다. 여기에 채소를 섞어 로스팅 공정을 거치면 수분이 다 증발해 농축된 결과물이 만들어지죠. 사골 농축 재료와 해산물의 농축 재료를 최적의 비율로 섞어 진하면서도 시원한 분말스프가 완성됩니다. 제품별로 취급하는 원재료의 특성이 달라 과정이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로스팅 공정을 적시에 적용해 결과적으로 자연 재료의 맛과 향을 극대화한 점입니다.
▲ 홍면은 베트남 홍고추를 사용해 깊은 매운맛을 더했다
Q. 정면과 홍면에 들어가는 풍미소스에도 로스팅 공법이 적용됐습니다. 풍미소스는 어떻게 만들고,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나요?
A. 100% 순식물성인 정면은 고기를 쓰지 않다 보니 맛의 보완이 필요했습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기름 맛을 첨가한 것이죠. 마늘을 넣고 볶은 채종유(유채씨에서 채유한 기름)와 고추를 넣고 볶은 채종유를 만들어 두 재료를 섞어 풍미소스를 만들었습니다. 원하는 기름 맛을 만들기 위해 로스팅 공법을 적용해 결과적으로 향과 맛을 보완하는 특제 소스를 만들었죠. 홍면의 경우, 깊은 매운맛을 더하고자 베트남 홍고추를 사용했습니다. 믹서기에 간 고추, 기름, 대파, 사골 국물 등을 대형 솥단지에 넣어 고추가 타지 않게, 100℃까지 온도를 올려 로스팅한 후에 추가 원료를 넣어 90℃에서 20분간 쿠킹해 풍미소스를 만들었습니다. 부족할 수 있는 맛과 향을 보완하는 풍미소스로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Q. 라면 맛에서 국물과 면의 조화도 중요하죠. 신제품은 넓적하고 네모난 건면 대신 둥근 건면으로 바뀌었는데요. 이런 변화를 시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이번 신제품의 주안점은 ‘익숙함’이었습니다. 부담 없이 계속 찾게 되는 맛, ‘연식성’을 중요시했어요. 일반 소비자가 맛을 봤을 때 국물이나 면에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했죠. 대형 에어 프라이기에서 열풍으로 면을 건조하면 겉에 구멍이 생겨 면에 국물이 잘 배어듭니다. 조화성을 높였다는 점에 타 건면과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네모난 건면의 경우 식감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다 익숙한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설계를 재정비해 둥근 건면으로 바꾸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네모난 건면은 유탕면보다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둥근 건면이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라면에서 조리시간은 1~2분도 크게 느껴질 수 있기에 둥근 건면으로 변화를 꾀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자연의 맛을 로스팅해 맛있는 정,백,홍면을 만들기까지...
Q.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과정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히스토리가 있나요?
A. 신제품 개발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스프 개발 담당자와 면 개발 담당자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쉴 새 없이 의견을 나누고, 의견을 반영하여 제품을 개선하고, 또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였습니다. ‘이게 될까? 안 될까’하며 맛을 여러 번 수정하고 우리가 원하는 맛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죠. 그리고 마케팅과 생산 담당자들을 수차례 소집(?)하여 끊임없이 방향을 수정하고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올해 1월부터 출시 전날까지 쉴새 없이 라면을 먹었죠. 어느 순간 마케팅과 생산 담당자들을 소집하면 알아서 전날 금식은 기본이고, 미리 소화제를 준비해서 오더라고요(웃음). 매일 시식하면서 라면 맛을 수정·보완했던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Q. 그동안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있을 텐데요.
A. 저희가 수많은 사내 시식과 경영진 시식, 소비자 평가를 통해 맛의 디테일을 조절했고, 그 결과 지금의 정백홍면을 완성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워낙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한 만큼 일부 매장에서라도 미리 라면에 대한 소비자의 의견을 받아 맛을 개선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완성도 높은 라면을 만들기 위해서 이런 기회가 있다면 더 좋겠죠.
▲ 자맛 정백홍은 오랫동안 사랑받는 장수 브랜드를 꿈꾼다
Q. 최상의 맛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인상 깊습니다. 정백홍면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A. 라면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보통 먹던 익숙한 맛을 선호합니다. 익숙한 맛이 아니면 꾸준히 찾지 않죠. 우리는 당장 눈앞의 성공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성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의 어린아이들이 정백홍면을 좋아한다면 향후 30~40년 동안 이 맛을 꾸준히 찾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만큼 제품의 맛과 품질에 자신 있어요. 자연 재료를 로스팅으로 구현한 진한 국물 맛이 인정받는 날이 곧 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음은 발효, 숙성, 제철 원료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익숙하고 건강한 맛을 전달드리고자 합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장수 브랜드로 성장해 천천히 라면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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