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부터 36년째 지속, 기업 사회공헌활동 모범 교과서로 우뚝
전 세계에 한국의 ‘김치’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김장문화’ 알리는 데 기여
어린이 김치학교 등 내·외국인 대상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트렌드에 맞춰 많은 기업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경제적 가치만 추구해서는 기업의 지속적인 생존을 담보할 수 없게 된 만큼 다양한 부분에서 ESG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S(Social) 영역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최근 ESG경영이 기업경영의 메가트렌드가 되기 전부터 시작된 기업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기부, 봉사 등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기업의 사회가치 활동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사회공헌활동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고 각 기업의 특성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풀무원이 36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치박물관 ‘뮤지엄김치간(間)’은 지속성과 의미에 있어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의 모범 교과서임에 틀림없다. 기업 홍보 등의 목적 사업이 아니라, 기업도 사회의 운명과 함께하는 사회구성원의 일원이라는 인식에서부터 출발한 사회공헌활동이기 때문이다.
뮤지엄김치간, 왜 36년째 이어올까?
“뮤지엄김치간은 풀무원의 가장 자랑스러운 문화사업입니다. ‘뮤지엄김치간’ 어디에도 풀무원이란 이름을 넣지 않은 것도 김치문화 확산 외에 별다른 의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2015년, '뮤지엄김치간(間)' 재개관 당시 인터뷰 중 일부다. 풀무원이 36년째 뮤지엄김치간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이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펼치는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지속 연수가 평균 9.3년(전국경제인연합회 발행 ‘2020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뮤지엄김치간은 웬만한 기업의 업력을 뛰어넘는 풀무원의 초장수 사회공헌활동이다.
뮤지엄김치간은 출발부터 남달랐다. ESG는 고사하고 사회공헌활동조차 활성화되지 않았던 1987년, 개인이 운영하던 김치박물관을 풀무원이 인수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와 김치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겠다는 신념에서 비롯됐다. 기업이 박물관을 운영하는 일도 흔치 않았지만, 운영의 경우에도 기업의 제품과 연계되어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당시 김치시장에 진출하지도 않은 풀무원이 김치박물관을 시작한다고 하니 고개가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풀무원은 김치 제품이 없었지만 우리나라 대표 식문화인 김장문화를 알리고 김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식품기업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뮤지엄김치간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서울 필동에서 삼성동 무역센터로 이전 후 2000년에 코엑스로 한 번 더 이전해 김치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한국의 김치‧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계기로 2015년 한류문화 명소인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인사동으로 이전한 2015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뮤지엄김치간을 찾은 관람 인원은 16만 명에 이른다. 연 평균 2만3,000여 명이 다녀간 셈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 말 기준으로 보면 일년에 약 3만5,000명이 찾았다. 이중 30%가 외국인으로 외국인 관람객 비중이 높고,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기준으로 연 평균 1만여 명의 외국인이 방문했다.
한국을 찾은 외국 관광객들이 꼭 한 번 방문하고 싶어 하는 곳, 김치문화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곳, 한국의 대표 식문화인 김치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뮤지엄김치간이다. 풀무원이 뮤지엄김치간을 설립한 목적이자 36년째 운영하는 이유다.
보는 박물관은 잊어라, 체험하는 박물관으로!
뮤지엄김치간은 지상 4층부터 6층까지 3개 층을 합해 전체 면적 580.78㎡(약 176평)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는 박물관이 아니라 체험하는 박물관,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영상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김치와 김장문화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김치와 관련된 콘텐츠를 오감으로 만나고 즐기고 참여하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형 박물관이라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4층은 문화소통 공간으로 김치마당, 김치사랑방, 과학자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여러 사람이 모여 김장을 하듯 서너 명이 디지털 게임 형식으로 김치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는 김장 플레이 테이블과 전자현미경으로 김치의 유산균을 관찰할 수 있는 과학자의 방이 눈길을 끈다.
5층에서는 김치를 씹는 소리를 직접 녹음해 계단을 오를 때마다 ‘아삭아삭’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 김치로드를 만날 수 있다. 김치로드 중간의 김치공부방에서는 고종이 잠이 오지 않을 때 즐겨 먹었던 배동치미 국수의 배동치미를 비롯한 7가지 궁중김치 만드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20종에 달하는 우리나라 김치와 세계 절임 채소 20가지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김치움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든 관람객이 탄성을 자아내는 곳이다.
6층은 뮤지엄김치간의 핵심 공간으로 김장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김치와 김장문화를 비롯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세계 8개국의 식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헌정방과 김치 만들기 체험 공간인 김장마루, 김치 맛보는 방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박물관은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는 데 집중했습니다. 인사동으로 옮기게 된 것도 관람객이 같이 참여하고 재미있게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서죠. 뮤지엄김치간이 지향하는 박물관 콘셉트이기도 하고요. 기업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박물관에 매년 3만5,000명이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엄김치간 나경인 팀장의 말처럼 뮤지엄김치간은 미취학 아동부터 청소년, 성인,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누구나 좋아하는 박물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IT 기술을 접목한 첨단 ‘디지털 콘텐츠’와 경험이라는 ‘체험형 콘텐츠’를 조화롭게 풀어냈다는 점이 주효했다.
체험 프로그램에 공들인 박물관
풀무원의 뮤지엄김치간은 여느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는 확연히 다르다. 단순히 박물관을 만들고 유지하는 정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게 새로운 모습으로 리셋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메세나 사업이다. 기업이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것처럼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그만큼 김치와 김장문화라는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를 계승하고 널리 알리겠다는 신념과 의지가 강하다.
뮤지엄김치간의 대표 프로그램은 김치를 직접 담는 ‘김치학교’다. 어린이, 청소년, 외국인, 다문화 가정, 가족, 일반성인, 기업단체 등으로 나눠 어린이 김치학교, 외국인 김치학교, 다문화 김치학교, 김치탐험대, 김치야놀자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상별, 시즌별로 그때그때마다 연 10여 개를 운영할 정도로 전략적이면서도 체계적이다. 그 덕분에 2015년부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만도 총 5만6,000여 명이 넘으며, 프로그램 운영 횟수도 3,500여 회에 달한다.
기업이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으로서는 보기 드문 성과다. 이는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니다. 풀무원이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수시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수년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게다가 식품 그중에서도 김치 체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여러 가지 난제가 뒤따른다. 비용에서부터 위생, 안전, 재료 관리, 재료 구입, 김치 종류, 계절성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뮤지엄김치간의 전체 비용 중 체험 프로그램 운영비가 7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힘을 쏟고 있다.
“IMF 외환위기 당시 회사가 어려워지자 사회공헌 사업인 뮤지엄김치간 운영을 중단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회사의 이념과 정책을 꾸준히 지속한 덕에 흔들리지 않고 매년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해 36년째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경인 팀장은 뮤지엄김치간의 이같은 행보는 풀무원의 가치철학이 든든하게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와 청소년, 외국인들이 김치에 대해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시작한 일이기에, 어렵더라도 우직하게 이어왔다. 아무리 사회공헌 사업이라 하더라도 매년 프로그램 개발에 많은 비용을 쏟아 붓는다면 대다수 기업입장에서 포기했을 터, 하지만 풀무원은 달랐다. 뮤지엄김치간은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를 계승하고 널리 알리겠다는 신념과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관람료를 최소화(19세 이상 5,000원, 8세~18세 3,000원, 36개월~7세 2,000원)하고,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대면 프로그램 개발로 코로나19에도 폭발적 인기
코로나19 시대에도 뮤지엄김치간은 변화하고 진화하는 노력을 이어갔다. 오프라인 관람과 프로그램 운영이 불가능해졌다고 해서 김치와 김장문화 알리기를 멈출 수 없었다. 뮤지엄김치간 운영진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비대면 프로그램 ‘랜선, 어린이 김치학교’를 새롭게 개설‧운영했다.
절임배추와 김치양념으로 구성된 김치 키트를 신청자 집으로 배송한 뒤, 화상을 통해 선생님과 실시간으로 집에서 김치 이론을 배우고 직접 김치를 담아보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6세~10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토요일 주 4~5회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생생하게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랙티브 체험 프로그램이다 보니, 2021년 6월부터 시작해 올 5월까지 약 7,200명이 참가했을 만큼 인기다. 뮤지엄김치간 홈페이지 예약 시스템을 통해 참여자를 모집하는데, 매번 5분 만에 예약이 마감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대학교 수강 신청 못지않게 광클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체험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전북 익산 식품클러스터에 마련된 풀무원 글로벌김치공장에서 절임배추 1kg과 김치양념 500g을 신청자 집으로 보내주며, 교육에 필요한 활동지가 포함된 교육 자료와 직접 담은 김치를 담을 수 있는 용기도 함께 배송한다. 이 모든 과정은 무료로 진행된다. 또한, 11세~16세를 대상으로 한 ‘김치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페이퍼아트 작가와 협업해 종이로 김치를 만드는 이색적인 체험학습인 ‘김치 페이퍼아트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현장 활동이 어려워진 코로나19 시대에도 어린이들이 김치와 친숙해지고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인 김장문화를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기여한 셈이다.
풀무원이 드러나지 않는 뮤지엄김치간
뮤지엄김치간에서는 어디에서도 ‘풀무원’ 로고를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의 김치와 김장문화를 내외국인에게 널리 알리겠다는 뮤지엄김치간 본래의 설립 의도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해 기업 홍보와 관련된 이미지는 가능한 최소화했다. 그래서 일반인은 물론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로부터 ‘풀무원이 운영하는 것인 줄 몰랐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풀무원이 뮤지엄김치간을 통해 이름을 알리려고 한 것이 아니기에 박물관 이름도 ‘풀무원 뮤지엄김치간’이 아닌 ‘풀무원’이라는 글자를 뺀 ‘뮤지엄김치간’이라고 지었다.
풀무원이 뮤지엄김치간에 얼마나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또 있다. 식품업계에서 박물관을 통한 사회공헌 사업을 하는 기업은 풀무원이 유일하다. 또한, 수익 목적의 비즈니스형 대규모 박물관을 능가할 만큼 체계적이며 전문적이다. 6명으로 구성된 뮤지엄김치간 전담조직은 대부분 학예사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인력들이다. 전시나 기획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들을 통해 한국어와 영어 버전의 오디오가이드 큐피커를 제공하며, 전문 도슨트의 전시해설도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매년 반짝이는 아이디어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가 하면, 수준 높은 영상과 첨단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하고, 어린이에서부터 외국인은 물론 다문화, 탈북 가정 등 사회적 약자 계층까지 포용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들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뮤지엄김치간은 2015년 미국 CNN이 뽑은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에 선정됐다. 김치의 역사와 종류를 배우고 김치 시식, 김치 담기를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어 2017년에는 미국 글로벌 매거진 <엘르데코(ELLE DECOR)>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음식박물관 12곳’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인 식품박물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세계 최고의 음식박물관으로는 미국 초콜릿박물관, 프랑스 보르도 와인박물관 등이 뽑혔는데 국내에서는 풀무원이 유일하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라면박물관과 함께 2곳만 선정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여행 정보사이트인 트립어드바이저도 한국 여행에서 꼭 가야할 명소로 꼽았다.
현장 관람 재개 계기로 더욱 의미 있는 역할 이어갈 것
한국의 대표 식문화인 김치와 김장문화를 우리의 후손인 다음 세대에게 알리고, 외국인에게 널리 알린다는 사명감으로 36년째 이어오고 있는 뮤지엄김치간. 풀무원이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주관한 ‘2021년 ESG 평가’에서 대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식품기업으로는 유일하게 5년 연속 통합 A+ 등급을 획득한 것도 뮤지엄김치간과 같은 사회공헌활동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KCGS 종합평가 시 S(사회)부문 평가에서 2019년부터 3년 연속 A+를 획득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코로나19로 2년 3개월 동안 휴관을 했던 뮤지엄김치간은 5월 17일부터 현장 운영을 재개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전시 ‘김치의 사계’를 마련해 입장객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계절별 대표 채소들로 만든 김치를 아름다운 페이퍼아트로 전시해 다양한 볼거리를 즐길 수 있다. 코로나19 기간에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던 비대면 프로그램 ‘랜선, 어린이 김치학교’도 횟수를 조정해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뮤지엄김치간은 현장 관람을 다시 시작하는 것을 계기로 앞으로 뮤지엄김치간만의 차별화된 체험 프로그램을 더욱 알차게 재정비해 식품박물관으로서의 면모를 다져나가는 한편,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 노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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