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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이제 달걀에 표시된 번호를 보면 '동물복지 달걀'을 구분할 수 있다?

8 23일부터 달걀의 껍데기에 사육환경번호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2017년 전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사건이 발생하였다.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 등이 검출된 이른바 살충제 달걀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피프로닐은 개·고양이의 벼룩·진드기를 없애고자, 비펜트린은 닭의 이(와구모)를 잡고자 사용되는 살충제다.

이에 정부는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식품안전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18년부터 산란계의 사육환경을 알 수 있도록 번호를 표기하기로 했다.

 

 

 

 

그동안 달걀 껍데기에는 다섯자리의 생산자 고유번호만 표기해왔다. 23일부터는 생산자 고유번호 뒤에 사육환경번호 한자리를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1번은방사’, 2번은축사 내 평사’, 3번은개선된 케이지’, 4번은기존 케이지를 뜻한다. 방사는 산란계(알 낳는 닭)의 방목 기준에 맞춰 닭을 방목장 안에 풀어 사육한 것을 말한다. 축사 내 평사는 산란계 평사 기준 면적(9마리/)을 충족하는 시설에서 사육하는 경우다. 개선된 케이지는 한 마리당 적정 사육면적을 기존 케이지(0.05·0.015)보다 넓게(0.075·0.022) 했다는 의미다.

 

 

전북 남원의 풍년농장 Aviary 계사 내부 모습, 닭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1, 2번은 무조건 동물복지 달걀일까?

 

방사 사육 방식이나 축사 내 평사 사육을 하더라도 꼭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산란계 동물복지 인증 조건은 1㎡당 9마리 이하의 사육 기준 외에도 여러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높은 곳을 좋아하는 닭의 습성을 고려해 계사 내에 횃대를 설치해야 한다. 또 계사의 전체 면적 중 1/3을 깔짚으로 덮어야 하며 깔짚이 계분에 오염되거나 젖으면 교체하여 암모니아 수치가 25ppm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밖에 140여 가지가 넘는 세부 인증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야 비로소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동물복지 달걀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달걀 껍데기에 표시된 번호 외에도 달걀 패키지에 있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하는 동물복지 달걀 인증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동물복지 사육시설, 대안은 유럽식 Aviary

 

정부의 산란계 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려면 우선 최소한 방사사육과 평사사육 시설을 갖춰야 한다. 방사사육과 평사사육은 닭이 자유롭고 본능적인 행동을 표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그만큼 가축관리에 어려움이 있고 달걀이 깨지거나 신선도 관리의 어려움 등의 단점도 있다.

 

동물의 복지를 실현하면서 가축관리나 생산성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한 결과, 유럽에서는 다단식 사육시설 이른바 Aviary 계사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북 남원의 풍년농장 Aviary 계사 내부 모습, 닭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Aviary의 사전적 의미처럼 계사가 동물원 대형새장과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기존 배터리 케이지형 밀집사육 방식처럼 닭을 좁은 닭장에 가두지 않고 계사 내부에 여러층의 개방된 계사를 만들어 닭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게 만든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1층에는 깔짚을 깔아주고 위층에는 횃대를 설치하여 닭들이 파헤치기, 쪼기, 횃대에서 잠자기와 같은 본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국내 동물복지 산란계 인증 농장은 100여개가 채 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방사사육 인증 농장은 18(산란계 약 10만수)에 불과하고 나머지( 60만수)가 평사사육 농장이다. 이외에 1개 농장( 16만수)이 풀무원이 농업회사법인 ㈜풍년농장과 함께 대규모로 육성한 유럽식 Aviary 계사다.

 

방사 및 평사사육은 2가지 모두 다른 방식에 비해 자동화 시설물이 필요하지 않아 가장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동물복지 사육방법이다. 두 방식은 사료급이기, 음수기, 산란상을 모두 바닥에 설치하여 공간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닭을 키우기에는 쉽지 않은 방식이다. 실제 국내 동물복지 방사농장 닭 사육수는 평균 6천수로 일반 농장에 비해 매우 소규모다.

 

 

전북 남원의 풍년농장 전경

 

 

그러나 방사 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국토가 좁은 환경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품질관리도 문제다. 닭을 풀어놓고 키우다 보니 원란을 정확하게 회수하기 어렵고 산란일을 알 수가 없어 품질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 또 외부 방사로 인해 짐승의 공격과 검증되지 않은 먹이 섭취, 온도차이로 인한 질병 및 AI의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반면 유럽식 Aviary 방식은 계사 내에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있어 닭과 원란을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가 있다. 방사나 평사사육에 비해 공간 활용도도 훨씬 높아 국내 동물복지의 새로운 현실적인 대안이라 할 수 있다.